밀크플레이션이란, 원유가격 협상 중, 우유 가격이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국내외 인플레이션으로 밥상물가 치솟는 요즘, 장보기가 두려울 정도로 식품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올여름 장맛비로 인해 야채값이 폭등하는 중이고, 정부는 업체 측에 서민음식인 라면의 가격을 인하하도록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는 필수 식재료인 우유 역시 고물가 역풍을 피해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달 우유 원유값 협상에 돌입하였고, '흰 우유 1L 당 3000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밀크플레이션'과 그 영향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봅시다.
밀크플레이션
밀크플레이션(Milkflation)이란 '우유(Milk)' 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우유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원유 생산 비용이 증가하여 생산량이 감소하는데, 우유 수요는 높아질 때 발생합니다. 원유는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기상 조건으로 젖소의 먹이가 되는 사료, 작물의 가격이 높아지거나, 질병이나 바이러스로 사육환경이 악화될 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기준 한국의 우유 생산량은 108만 톤으로 전년 대비 1.5%로 감소했다고 하는데, 기후변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사료값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생산비 부담으로 원유 가격을 더 인상해야 한다는 생산자 측과 원유값 상승이 부담스러운 유제품 가공업체 측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원유가격 협상 중
우리나라는 우유가격이 시장이 아니라 정부와 낙농업계의 협상으로 결정됩니다. 왜 원유 가격을 시장이 결정하지 않고 정부가 개입하여 결정할까요? 그 이유는 살아있는 젖소의 양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운 사육업계의 특성상 원유가 과다생산 또는 과소생산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원유의 안정적인 생산과 소비를 위해 시장과 무관하게 가격을 보장해 주는 것입니다. 이것을 '원유가격 연동제' 또는 '용도별 가격 차등제'라고 일컫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에 따르면 우유가격 사료비는 16.6% 증가하였고, 이에따른 전체 생산비는 전년 대비 12.7% 늘어났습니다. 낙농진흥회는 우유 생산비가 크게 늘어난 만큼 낙농가 유지를 위해 우유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며 올해 생산비 증가분을 반영한다면 원유 1L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인상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원유 1L당 가격이 100원 인상될 때 소비자 가격은 인상분의 최대 2.8배 오르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번 원유 가격 인상을 반영했을 때 흰 우유 1L 기준 가격은 3000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유가격이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지난해에는 협상을 거쳐 원유 가격이 L당 49원 인상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우유협동조합은 흰우유 1L당 제품 가격을 6.6% 인상하였고, 대형마트 기준 판매가격이 2700~2800원대로 상승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2800원 후반대로 형성된 흰 우유값은 올해 인상 범위를 고려하면 소비자 가격기준으로 3000원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유값 상승은 흰 우유 소비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우유로 만든 모든 유제품의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게 되는데, 분유, 과자, 아이스크림과 커피 등 상당히 많은 제품이 해당됩니다. 특히, 원유값 인상이 우유에 반영되었을 때 카페와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큰 경제적 부담에 직면하게 됩니다. 빵과 커피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우유의 단가가 높아지면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흰 우유 가격이 1L당 180원 올랐을 때 커피 전문점 카페라테의 원가가 1잔당 53원~56원 정도 더 발생한다고 합니다. 결국 원유 가격의 인상분은 자영업자 또는 소비자가 부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가공식품 중 빵류, 과자류 등에 들어가는 우유의 비율은 각각 5%, 1%의 수준이기에 원유 가격 인상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설명하였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는 다행히 수요 변동이 작아, 생산비 증가분의 60~90% 정도만 반영될 전망"이라고 밝히며 대폭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싼 국내 우유 대신 반값 수준의 수입 멸균우유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관세청 조사에 따르면 해외 멸균우유 수입량은 2016년에서 2019년에 이르는 동안 7배나 증가하였다고 하며,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저렴한 해외 멸균우유의 수요가 많아질 수록 국내 우유 및 유제품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낙농업체의 생산상 애로사항을 잘 살피고, 유통마진을 최대한 줄여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 아닐까 합니다.